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48)
향유 방식의 경계 오타쿠 문화와 패션 문화는 다르다. 물론 인간은 꽤나 비논리적 동물이라 한 사람 안에 둘이 겹쳐있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튼 둘은 접근 방식도, 향유 방식도, 구성 방식도 다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할 이유는 없다. 양쪽의 문화가 그 어느 때 보다 영향을 주고받는, 정확히 말하면 패션 문화가 영향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마니아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패션을 만들고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니아의 구매력을 탐내는 패션 회사들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뭔가 얻어낼 걸 생각해 보자면 그래도 이 둘은 가능한 구분해 보는 게 좋다. 명확한 경계를 나누고 뭐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 지 생각해 보..
동어 반복 동어 반복은 잉여다. 과장된 놀이이고, 덜어내지 못한 군더더기들이다. ​ ‘A는 B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굳이 A를 설명하기 위해 A1과 A2를 거쳐 A3와 A4를 나열한 뒤 A5와 A6 그리고 A7의 이미지들을 이야기한다. 대상을 잃어버린, 혹은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상한 말장난. ​ 그러나 나는 이 동어 반복을 좋아한다. 그 반복되는 언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을 좋아한다. 동어 반복은 노랫말의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언어가 반복적으로 계속 뻗어가면서 이미지를 풍성하게 만든다. 때로는 문장을 길게 만들어 분량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심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이다. ​ 짧고 간결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두고서, 굳이 A가 B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장황하고 수다스럽게 말하기. 거기에..
아웃도어 리뷰 룩 평범한 사람들(물론 인터넷 리뷰 속에는 준프로, 프로도 많이 있지만)이 아웃도어, 워크웨어 옷 리뷰하면서 찍은 사진들 보는 걸 좋아한다. 편안하고 실용적이고 옷보다 삶이 즐거운 룩. 그렇게 입고 다니는 게 목표.
그냥 계속 구입하는 것들 - 발을 씻자 세상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실 옷도 그렇다. 폼나고 멋진 옷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어떻게 사느냐, 어떤 재미가 있느냐 등등이 다를 뿐이다. 가끔 그냥 원래대로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게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자동차 창문을 빙빙 돌려 열고 닫는 롤러가 이렇게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불편한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있으면 어때. 폼 안 난다고 놀리든 말든 그냥 빙빙 돌리면서 살면되지. 하지만 이 물체는 스티어링 휠이 파워 스티어링 휠이 나와 원래 생긴 모습 그대로 편리함을 도모하게 된 것과 다르게, 슬쩍 돌리면 창문이 휙휙 열리는 파워 롤러 같은 건 생기지 않았고 그냥 사라지고 버튼으로 대체되었다. 뒤로 돌아가는 일은 아마도 없다. 그런가 하면 ..
닉네임 언젠가 네가 태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며, 너에게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했을 것이다. 그중 한명이 오랜 고민 끝에 너에게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은 이름다워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조언대로, 가족들은 너무 튀지 않으며, 적당히 비전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지어주었다. 그 이름은 그당시 꽤 유행했던 이름이기도 했다. 한 학년에 너와 같은 이름이 꼭 한 명씩은 있었으니까. ​ 그럼에도 너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너를 다른 이름으로 자주 부르고 있다. 그들은 너의 독특한 행동, 이상한 습관, 혹은 너를 추상화한 단어, 또는 너를 닮은 대상을 활용해 애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애칭으로 너를 부른다. 너의 이름보다 자주. 너는 그 별명들을 너의 이름보다 좋아한다. 그 이름이 담지 못하는 너의 ..
Clown Core, 틱톡 패션 SNS에서는 일단은 과한 게 눈에 띄이기 쉽기 마련이다. 호불호는 그 다음 문제다.
반복은 소모의 기반이 된다 일상은 매일 비슷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상황 유지를 기반으로 한 의복의 루틴 운영은 겨울이 지나고 환절기에 접어들며 선제적 대처로 바뀐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의 환절기는 하루에 두 계절을 왕복하고 기존의 옷은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실패는 거듭되고 성공은 쉽게 잊혀진다. 반복하고 소모시키려는 옷의 운영은 입을 게 없다는 고민보다는 입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고민을 만들어 낸다. 루틴 기반의 착장은 사람 많은 동네의 조악한 조기 축구팀을 꾸리는 것과 비슷하다. 굉장한 선수는 없지만 플레이어는 넘쳐나고 스쿼드는 꽉꽉 차있다. 옷장을 뒤적거리다 보면 얘 순번은 언제 돌아올까 고민하기 일쑤다. 어서 빨리 수명을 다 하고 버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은 여전히 반복된다. 서..
세상엔 희한한 것들이 늘어간다 다이슨의 음악 듣기 + 말하자면 창문 없는 공기 청정기. 헤드폰에는 노이즈 캔슬링이 붙어 있고 헤드폰 양쪽에 달린 팬(fan) 모터가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 뒤 이중 필터로 정화하고, 코와 입에 다시 분사하도록 되어 있다. 세상에 개의치 않고 나는 조용함과 양질이 공기를 만끽한다는 콘셉트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저렇게 만들거면 그냥 헬멧형이 낫지 않았을까. 다프트펑크의 의상은 인류의 미래였을까. 하지만 걷기, 자전거 타기 등등 이동을 할 때 이어폰 비추함. 위험하다.
뮬의 흉칙함 내가 보기에 뮬 형태의 스니커는 흉측하다. 뮬 스니커는 마치 내가 만든 음식처럼 이상하고, 뒤엉켜있고, 어정쩡하다. 뮬 스니커는 보통 쉽게 신고 편하게 벗도록 제작 됐다고 설명된다. 쉽고 편하게 ······ 정말 그럴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뮬 스니커에는 운동화에 있는 뒤축이 없다. 원래는 뒤꿈치를 지지해주던 뒤축이 없으므로 우리는 발등과 종아리 앞 근육을 써서 신발이 벗겨지지 않게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까진 발등과 두툼한 종아리 뒷근육을 얻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 같겠지만 정말 그렇다. 나는 아픈 게 싫고 두툼한 종아리 뒷근육을 얻는 게 싫다. 그러니 뮬 스니커가 내게 흉측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보는 순간 알아차렸다. 뮬 스니커가 불러올 작은 불행을 말이다. 사진은 발렌시아가의 트랙 뮬.
ae 오고무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 - 나도 너야. 너처럼 산책을 하고, 너처럼 돈을 벌고, 너처럼 쇼핑을 하다가,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너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취향 좋은 애인을 찾고 있다. - 오늘은 서쪽 타워로 가볼까? - 있잖아, 나도 구찌 배스킷 스니커즈 갖고 싶어. 비건 래더래. 나도 친환경에 관심이 많거든. - 근데 너는 구글 어스에 땅 살 생각 없니? ​ 말이 너무 길어지길래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