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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기능 없이 그저 귀엽기만 한 것들

동어 반복

동어 반복은 잉여다. 과장된 놀이이고, 덜어내지 못한 군더더기들이다.

‘A는 B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굳이 A를 설명하기 위해 A1과 A2를 거쳐 A3와 A4를 나열한 뒤 A5와 A6 그리고 A7의 이미지들을 이야기한다. 대상을 잃어버린, 혹은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상한 말장난.

그러나 나는 이 동어 반복을 좋아한다. 그 반복되는 언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을 좋아한다. 동어 반복은 노랫말의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언어가 반복적으로 계속 뻗어가면서 이미지를 풍성하게 만든다. 때로는 문장을 길게 만들어 분량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심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이다.

짧고 간결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길을 두고서, 굳이 A가 B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장황하고 수다스럽게 말하기. 거기에는 풍경과 이미지와 분위기, 온도의 감각이 노래하듯 산책하듯 이어진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쓸데없이 돌아가는 이 길을 택한다.

지금 이 문장에도 동어 반복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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