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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기능 없이 그저 귀엽기만 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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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가 태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며, 너에게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했을 것이다. 그중 한명이 오랜 고민 끝에 너에게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은 이름다워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조언대로, 가족들은 너무 튀지 않으며, 적당히 비전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지어주었다. 그 이름은 그당시 꽤 유행했던 이름이기도 했다. 한 학년에 너와 같은 이름이 꼭 한 명씩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너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너를 다른 이름으로 자주 부르고 있다. 그들은 너의 독특한 행동, 이상한 습관, 혹은 너를 추상화한 단어, 또는 너를 닮은 대상을 활용해 애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애칭으로 너를 부른다. 너의 이름보다 자주. 너는 그 별명들을 너의 이름보다 좋아한다. 그 이름이 담지 못하는 너의 진짜 모습과 그들의 애정이 그 별명 안에 담겨 있다고 너는 생각한다. 그 별명은 공문서에 적거나, 사인으로 쓰거나, 온라인 사이트 회원가입 할 때는 쓰지 못하지만, 너의 가장 사적인 장소, 편안한 공간에서너는 늘 그 별명을 듣는다.

그 별명으로 불릴 때, 너는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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