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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아무말

향유 방식의 경계

오타쿠 문화와 패션 문화는 다르다. 물론 인간은 꽤나 비논리적 동물이라 한 사람 안에 둘이 겹쳐있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튼 둘은 접근 방식도, 향유 방식도, 구성 방식도 다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할 이유는 없다. 양쪽의 문화가 그 어느 때 보다 영향을 주고받는, 정확히 말하면 패션 문화가 영향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마니아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패션을 만들고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니아의 구매력을 탐내는 패션 회사들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뭔가 얻어낼 걸 생각해 보자면 그래도 이 둘은 가능한 구분해 보는 게 좋다. 명확한 경계를 나누고 뭐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 지 생각해 보는 게 이 복잡한 바닥을 들여다 보는 기준점을 만들어 보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디자이너나 브랜드 등 공급자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하는 데 애매한 구분은 이도저도 아닌 걸 만들어 낸다.

 

세상엔 퀴즈가 들어있는 영화 같은 게 있다. 이걸 푸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왜 그런 짓을 하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중요한 건 퀴즈의 유무나 그 답이 아니다. 왜 어떤 영화 속 퀴즈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풀겠다고 달려들고, 어떤 영화 속의 퀴즈는 무시하고 지나가느냐다. 분명한 건, 드물긴 해도 흥미진진한 오타쿠 - 패션의 결합이 세상에 있긴 하다는 거다. 그렇다고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말이다.